"ESG, '개도국 vs 선진국' 구도 맞지 않아…韓, 해상풍력 유리"

입력 2022-11-04 12:28   수정 2022-11-04 12:59


"ESG라는 표현은 최근에 등장했지만, 1970년대에도 ESG 컨설팅 비즈니스는 존재했습니다."

톰 레이커트 ERM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업 초기부터 지속가능성 관련 컨설팅을 제공해 온 ERM은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가 ESG 이슈에 주목하는 이 순간을 기다려 온 회사"라고 말했다.

ERM은 ESG 컨설팅의 '원조' 격으로 꼽힌다. 1971년 설립된 영국회사 ERL과 1977년 창업한 미국 ERM이 합병해 만들어졌다. 레이커트 CEO는 전략컨설팅사 BCG 출신으로 지난 2월 이 회사의 CEO로 합류했다. 그는 "ERM이 창업 초기에는 석유회사 등이 신규 프로젝트 승인을 받기 위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것을 지원하거나, 광산회사가 효용을 다한 광산을 책임 있게 폐쇄하는 작업 등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각국의 환경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컨설팅 수요가 증가하던 시기였다. 이후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탄소배출량 제한 등이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ERM의 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업력이 50년 된 회사가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지난해 미국 사모펀드 KKR은 ERM의 경영권을 부채 포함 총 27억달러(약 3조8500억원)에 인수했다. 작년 매출액은 9억15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로 한국 60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 7500여명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SK그룹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 여러 곳이 ERM의 컨설팅을 받고 있다.
레이커트 CEO는 "지속가능성 의제를 비즈니스 모델에 어떻게 통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비즈니스 전략과 모델은 지속가능성 모델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유기적 관계"라며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따지는지가 기업의 포지셔닝과 직접 관련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식료품 생산자는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 원료를 조달할 것인지, 패션업체라면 아동노동 착취가 없는 자재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화학회사라면 협력사 탄소 사용량까지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시대"라고 예를 들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하거나, 탄소 흡수를 자연적으로 시도하는 등 기술적으로 ESG 이슈를 풀어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레이커트 CEO는 "지속가능성 이슈는 '현장에서 이사회까지(boots to boardroom)' 종합적으로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며 "디테일한 노하우가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ESG 이슈가 개발도상국에 대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레이커트 CEO는 이에 대해 "국가별로 방향성이 다르고, 무역전쟁과 유럽 에너지 대란 등 단지 개도국과 선진국 간 분배 갈등이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예컨대 인도는 전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이 굉장히 낮은 국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해상풍력에서 지리적으로 우위가 있고 기회가 많다" 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전환보다 에너지 안보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성 의제가 사라질 일은 없으므로,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SG 중에서 지배구조(G) 이슈는 가장 까다롭게 받아들여진다. 기후변화 대응 등과 달리 방향이 뚜렷하지 않아서다. 이와 관련해 레이커트 CEO는 "지배구조는 얼마나 '고품질의' 의사결정을 하는가에 관한 문제"라며 "어떤 원칙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 얼마나 책임감 있게 리스크를 관리할 것인지에 관한 이슈라고 봐야 한다"고 정의했다. 기업마다 결정 내용이 다를 수 있지만 '좋은 지배구조'의 방향이 모호하다는 반론까지 받아들이지는 않은 것이다.

그는 “최근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좋은 회사를 판별하는 기준에도 ESG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ERM이 기업의 진화 과정에 조력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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